아기가 벌써 14개월이다. 유아식을 시작했고, 이유식은 졸업했다.
이유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는데, 지나고 나니 아쉬웠던 점과 좋았던 점이 뚜렷하게 남는다. 그 시절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정리해본다.
1. 처음부터 풀세트로 시작하지 마라
이유식 시작 전에 인터넷에서 추천템을 찾아보면 끝이 없다. 이유식 마스터기, 실리콘 큐브, 압력솥, 전용 그릇 세트, 휴대용 보온팩까지… 다 사면 몇 십만 원이 훌쩍 넘는다.
그런데 밥솥식으로 갈지 토핑식으로 갈지는, 사실 부모가 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정하는 것이더라. 나도 처음엔 몰랐다. (당근마켓에 올라오는 이유식 용품들만 봐도 답이 나온다. 다들 몇 번 안 쓰고 내놓는다는 뜻이니까.)
그래서 처음에는 아기 숟가락, 용기 정도만 새로 사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걸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.
- 이유식 용기: 락앤락이 좋았다
- 냉동 큐브: 다이소 제품으로 충분했다
- 식기: 우리가 먹는 깨끗한 그릇을 그대로 써도 괜찮다
- 도마: 이 참에 하나 새로 장만하는 걸 추천한다 (위생 때문에)
2. 책 한 권 사서 그대로 따라가도 좋다
“오늘은 뭐 해줄까” 하며 매번 우왕좌왕하지 말고, 이유식 책 한 권 사서 그대로 따라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. 이유식 책은 워낙 많아서 고르기도 쉽고, 초반에는 정말 많이 펼쳐보게 된다.
다만 한 달쯤 지나면 어느새 잘 안 보게 되는 건… 안 비밀이다.
3. 아기는 지금 ‘식사’라는 걸 배우는 중이다
- 아기가 가만히 안 앉아 있는가? → 정상이다
- 아기가 음식을 던지는가? → 정상이다
- 먹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은가? → 정상이다
돌이 지나니 이런 것들은 많이 해소됐지만, 이번엔 또 다른 관문이 왔다. 이제는 자기가 숟가락으로 먹겠다며 사방에 음식을 흘린다. 돌아다니면서 먹으려는 것만 단호하게 잡아주고, 나머지는… 그냥 내 마음을 수련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.
초반엔 이유식 먹일 때마다 아기를 매번 씻겼는데,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다 추억이다.
4. 모유와 이유식을 병행하며 몸무게가 잘 안 늘어서 걱정했다
10개월까지 완모하고 이후 분유로 넘어왔다. (이 과정은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나중에 따로 글로 정리해보려 한다.)
3.92kg으로 태어났는데, 135일 때 7.1kg, 지금 13개월엔 9.1kg이다. 숫자만 보면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, 누구보다 건강하고 운동신경도 좋다.
모유 수유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무게에 예민해지는데,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다. 아이마다 크는 속도가 다르고, 다들 자기 속도대로 잘 자란다. 분유통에 늘 적혀 있는 그 문구를 기억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— 아이에게는 모유가 최고다.
마무리
돌이켜보면 이유식은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잘 되는 게 아니었다. 계획대로 안 되는 날이 더 많았지만, 그 시행착오 하나하나가 결국 아이와 나 둘 다 조금씩 자라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. 지나고 보니 짧고, 그래서 더 소중했던 시간이었다.
지금 이유식을 시작하는 부모님들이 있다면,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맞춰가는 과정으로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. 흘리고, 던지고, 안 먹는 날도 다 지나간다. 결국 잘 크게 되어 있다.